여름 초엽에 접어들면서 식사 후에 아이스커피를 들며 거리를 산책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유명한 브랜드 커피 전문점 이외에도 구석구석 저마다의 특색을 갖춘 커피 전문점은 어느덧 거리의 구색을 결정짓는 필수 요소가 된 듯 하다.
식약청 수입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 동안 수입 커피양은 7만9526톤에서 12만3029톤으로 1.6배 늘었다. 반면 수입 금액은 같은 기간 8000만 달러에서 6억6800만 달러로 8배나 증가한 것으로 드러나며 커피 소비 증가세를 확인할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의 하루 커피 소비량은 에스프레소 3700만 잔에 해당하는 약 300톤에 이르며, 성인 기준으로 한국인들은 하루에 커피 1.5잔을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위와 같은 커피 소비량 증가 및 커피 전문점의 열풍과 관련하여 2011년 및 2012년 여름 즈음에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원가는 123원. 시중에서는 4,000원”이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쏟아지며 커피전문점의 폭리를 지적한 기사가 유행처럼 쏟아진 적이 있다.

최근 커피 가격은 브라질 공급량 증가 및 유럽 등의 재고량 증가로 지속적인 하락세를 유지중이다.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보아도 40센트/파운드 정도의 가격차이가 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커피 전문점의 커피 가격에 큰 변화가 없는 점에 올해도 변함없이 “커피 원가”의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과연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원가는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가”의 개념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원가(cost)는 특정 재고자산(원재료, 상품, 재공품, 반제품 또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구매 또는 생산을 위하여 투입된 것을 구매 또는 투입가격으로 환산한 금액을 의미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조기업을 예로 들면 제조업체는 원재료(material)를 구매하여 인력(labor)을 투입한 후 생산시설의 운용(capital)을 통하여 제품을 생산하는데 여기서 원재료를 재료원가, 인력을 노무원가, 운용을 기타원가로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기타원가에는 주로 생산시설의 사용대가인 감가상각비와 생산프로세스의 운용에 투입되는 경비가 포함된다.
이렇게 제품을 생산하기 위하여 들어간 금액이 바로 제조”원가”인 것이다.
그렇다면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의 원가 123원은 틀린 표현이며 정확히는 커피 “수입원가(10g당, 커피 한잔 분량)”가 123원 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하며 커피 원가의 계산은 다른 방식으로 해야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커피 한 잔의 원가에는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은 노무원가 및 기타원가를 포함하여야 한다.
“분위기를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는 커피 전문점에서 단순히 커피 한잔을 마시는 것이 아니며 매장 내의 분위기, 느낌, 문화코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며 심리적 공간에 대한 만족도를 대가로 지불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커피 한 잔의 원가에는 재료원가 이외에도 노무원가, 기타원가에 해당하는 금액의 비중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연유로 각 커피 전문점이 가지는 브랜드 특성, 매장 위치 및 임대료, 시설 비용 등을 일괄적으로 추정하기는 어려우나 커피 한 잔의 원가에 관해 the Specialty Coffee Association of America (SCAA)의 추정치를 인용한 영문기사는 궁금증을 해소하기에 참고할 만 하다.
http://www.abcactionnews.com/dpp/news/region_tampa/web:-coffee-costs-%E2%80%93-profit-margins
기사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나 커피 한 잔의 원가 분석에 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위 추정치의 커피 한잔이 특정 메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고, 브랜드 로열티, 임대료 등과 관련하여 국내 상황과 다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국내 커피 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커피 원가 123원, 30배 폭리”와 같이 원가에 포커스를 맞추어 커피 한 잔의 가격을 공격하는 것에는 큰 논리적 비약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스타벅스는 스타벅스의 경험을 판다고 말하며 단순히 원두에서 커피를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님을 강조한 바 있다. 즉, 그는 스타벅스라는 브랜드가 창출하는, 편안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공간과 문화, 그리고 경험을 파는 것을 명확한 목표로 삼았다.
현재 수 많은 커피 전문점 역시 단순 커피 제조업이 아님을 기억한다면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금액을 “커피 한 잔의 원가”로만 재단하여 가격의 높고 낮음을 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추가적인 내용은 이조훈님 블로그 내용 참조
http://blog.naver.com/darrel76/220440629587
<작성: 코리아PDS EPA팀 문창훈 연구원(kenxic@koreapd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