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아 가격 하락의 약세가 지속되면서 1900달러/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코코아 가격 약세의 원인은 단순하다. 16/17시즌에 이어 17/18시즌에도 공급과잉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주요 생산지역인 서아프리카 지역의 날씨 역시 코코아 나무 생육에 적합한 날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ICCO에 의하면 16/17시즌 공급과잉 규모는 38만 2천 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JSG Commodities에 의하면 17/18시즌 코코아 공급과잉 규모는 8만 8천 톤으로, 공급과잉 규모는 줄어들고 있으나 2년 연속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코아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지난 해 12월 12일, 런던 기반의 Armajaro Asset Management는 커피 및 코코아 투자에 집중하는 CC+ fund 운영을 중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Armajaro 그룹은 Anthony Ward와 Richard Gower에 의해 1998년 설립된 회사이며, Ward는 Choco-finger의 닉네임으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커피와 코코아에 주로 투자하여 과거 큰 수익을 거둔 인물로도 유명하다.
특히 지난 2010년 7월 17일 Armajaro는 코코아 24만 100톤의 코코아를 구매한 바 있는데 Armajaro의 매점 매석으로 인해 코코아 가격은 2011년 3월 초에 3,775달러/톤으로 197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동사가 구매한 코코아는 전세게 공급량의 7%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일부에서는 Armajaro 매점 매석을 마켓 코너로 규정한 바 있다.
마켓 코너링에 관해서는 당사 이슈보고서 “[비철금속] 코발트 가격 상승 점검_마켓 코너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Armajaro는 2017년 12월 CC+ fund를 청산하면서 “코코아및 커피와 같은 소프트 원자재는 알고리즘 및 시스템 트레이더들에 의해 압도당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을 추종하는 금액이 실물 원자재의 수급이 무시될 수준까지 커져서 우리와 같은 펀더멘털 트레이더들이 리스크 대비 수익을 얻기에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이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거대 규모의 Armajaro의 CC+ fund 펀드 운영을 종료하기 이전에 보유했던 매수포지션을 청산하면서(Amajaro liquidation) 지난 해 코코아 가격의 하락이 가속화된 측면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해 원유 가격이 급락하면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7년 상반기 WTI 유가가 42.05 저점을 기록하면서 저명한 원유 트레이더인 Andrew J. Hall은 Astenbeck Capital Management 펀드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이후 유가는 WTI는 상승 기조를 유지하면서 2018년 1월 9일 현재 6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사실이 곧 코코아 가격의 반들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코코아 가격 자체의 방향성보다는 이런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1. 과연 우리가 말하는 원자재의 수급이란 어떠한 범주일까?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투기 세력의 매수는 실제 수요라 할 수 없는 것일까?
2.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과연 시장을 왜곡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인가?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와 같은 퀀트 헤지펀드는 시장에서 갈수록 영향력을 확대해가고 있는데 이들은 과연 시장에 어떤 순기능과 역기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일까?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AI, 비트코인 등 세상 변화의 흐름 속에서 원자재 역시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시켜주는 궁금증이라 할 수 있다.
<작성: 코리아PDS 문창훈(kenxic@koreapd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