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만들다
“만들다”라는 단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보면 1. 노력이나 기술 따위를 들여 목적하는 사물을 이루다 2. 책을 저술하거나 편찬하다 3. 새로운 상태를 이루어 내다 4. 글이나 노래를 짓거나 문서 같은 것을 짜다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될 수 있다.
나와 같은 연구사무직은 정확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 주된 업무일 것이며, 생산직은 각자 맡은 제품을 불량품 없이 제조하는 것이 일상이며, 작곡가 등은 아름다운 음률을 지어내는 것이 주요 목적일 것이다. “만든다”라는 단어는 위에서 제시된 동사(작성하다. 제조하다, 지어내다)의 구체적 표현을 범용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적합한 단어라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사전적 의미에서 첫 번째로 제시된 바와 같이 “만든다”라는 단어는 손에서 느껴지는 물리적 감촉의 의미가 더 강하다. 글과 노래 역시 만드는 것이지만 특정 사물이 손과 도구를 통하여 형성되는 과정이 만들다는 의미에 가장 알맞은 생각이 든다.
2. 3D 프린터
뜬금없이 단어의 의미와 개인적인 생각으로 서두를 시작했지만 만들기의 본래 의미에 가까운 사회적 변화들이 생기고 있음을 언급하기 위해서다. 기존과 같이 대규모 설비투자로 높은 고정비를 요구했던 전통적인 제조업 구조가 “소품종 대량생산”의 수동적 시스템을 제공했다면, 현재는 각 개인들의 취향과 특색을 반영한 “다품종 소량생산”이 가능한 사회적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피규어는 이미 속칭 오타쿠들의 전유물에서 확장되어, 일반인(?)들도 직접 제작 가능한 환경이 구성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3D프린터로 인해 이런 만들기의 사회적 접점이 확대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3D 프린터 이슈는 실상 새로울 것도 없으며 인터넷상에도 기초 지식부터 사회적 합의까지 정리된 문건들이 많다. 아래는 참조할만한 링크로 기초 원리부터 제조 방법, 앞으로의 가능성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읽어볼 만하다.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4&contents_id=83984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2864&contents_id=70163
http://story.pxd.co.kr/810
현재 개인이 가장 쉽게 이용할 수 있는 3D 프린터는 가는 실 형태의 재료를 노즐에서 분사한 후 바닥에서부터 쌓아가는 FFF(Fused Filament Fabrication) 방식으로, 3D 프린터 제조사 스트라타시스에서 개발한 FDM(Fused Deposition Modeling) 방식으로도 불린다.
FFF 방식은 ABS나 PLA, 나일론 등이 주로 사용되고 있으며 재료의 특성으로 컬러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어, 3D 프린터가 확대되는데 중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코리아PDS)
ABS 수지(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는 약칭에서 알 수 있듯이 아크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의 세가지 성분으로 구성된 합성수지이며 PLA(Poly Lactic Acid)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수지를 일컫는다.
3. ABS와 레고
이런 만들기를 장난감(장난감이라는 단어를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는 논외라 하고)이라는 분야에 다소 한정하면 “키덜트”의 대중문화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다. 대표적으로 프라모델로 일컬어지는 조립식 모형 장난감과 레고로 대변되는 블록 조립형 장난감 등 간접 만들기 방식을 차용한 놀이의 영역이다.
한편 레고에 관해 흥미있는 기사가 뉴스에 실린 바 있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6/26/0200000000AKR20150626148900009.HTML?input=1195m
http://kr.wsj.com/posts/2015/07/13/%eb%a0%88%ea%b3%a0-%ec%b9%9c%ed%99%98%ea%b2%bd-%eb%b8%94%eb%a1%9d-%ea%b5%90%ec%b2%b4%ec%9e%91%ec%97%85%ec%97%90-15%eb%85%84-%ea%b1%b8%eb%a6%ac%eb%8a%94-%ec%9d%b4%ec%9c%a0/
즉, 현재 레고의 주 재료인 ABS를 대체하기 위해 ”2030년까지 현재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지속가능한 재료를 찾아낼 것"이라는 것이 주요 골자다. 뉴스에 의하면 “이번 신소재 개발 착수는 2세대 재료인 플라스틱의 최초 도입으로부터 68년, ABS 플라스틱의 개발로부터 52년 만의 도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된 원료로 블록을 만들기에는 위에서 제시된 것처럼 15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예상하고 있어 ABS원료가 단 기간 내에 대체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레고측 입장이다.
신소재 개발의 미래에 관해서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친환경 이슈에도 플라스틱이라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만족시키는 재료의 개발은 손쉬운 작업은 아닐 것으로 본다.
어떠한 결과가 되었든 만듦의 영역에서 원자재(새롭게 개발된 소재가 원자재 영역을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는 또 우리 곁에서 알게 모르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원자재 하락이 원자재 비관론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항상 만들고 소비한다.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당신들이 증가하면 할수록 원자재의 소비영역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