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코아 가격의 상승세
그림1. 코코아 가격 추이
최근 코코아 가격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한국에만 있는 빼빼로 데이를 비롯하여 크리스마스 및 연말 등의 초콜렛 수요 증가 시즌이 다가오고 있는 점이 이러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인가?
그림2. 5년간 연도별 코코아 가격 추이
단순히 최근 5년간의 가격 추이만으로 살펴보면 위와 같은 연말의 수요 기대감은 매해 지속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24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후 차익 실현 물량이 출하되며 일시 조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코코아 가격의 상승은 어떠한 요인에 의한 것일까?
2. 공급 측면
소프트 품목이 기호식품임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단기간의 가격 변동성은 주로 공급 측면의 이슈에서 일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소프트 상품의 특성상 전반적인 경제 발전에 따라 기호 식품을 소비하는 인구의 절대량은 증가하나 일인당 소비증가율이 크게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코코아의 유통연도는 10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로 일년에 두 번 수확하는 작물로서 세계 최대의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전세계 공급량의 40%를 차지)에서는 10월부터 3월에 걸쳐 주 수확(the main crop)이 이루어지며 전체 수확량의 75~80% 정도가 생산된다. 이후 잠시 휴지기를 가진 후 5월부터 8월에 걸쳐 2차 수확(the mid crop)이 시작되어 전체 생산량 중 15~20%가 생산된다.
일반적으로 코코아 가격은 수확 시즌이 다가오면 코코아 수확량 출하로 인해 하방 압력이 지속되는 경향성이 있으나 11월의 경우 수확 문제 및 정치적 불안정성을 배경으로 일시적으로 상승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또한 7월은 2차 수확이 서서히 끝나면서 주 수확이 시작되기 전으로 가격은 강세를 띈다. 이외의 시기에는 코코아 생산량이 일정 수준에서 이루어지면서 공급량이 균일한 특성을 배경으로 날씨 변수로 인한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가격은 약세 기조를 나타낸다. 물론, 가격의 움직임은 그 해 특수한 공급 측면의 이벤트나 수요 측면에서의 이슈가 발생할 경우 그 흐름을 달리하는 경우도 많다.
현재 가격 상승의 시초를 언제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을 수 있으나 가격 그래프 상에서는 2013년 3월 정도 시작된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코코아 가격의 강세는 코트디부아르의 주 수확이 마무리 되면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2월에 3개월래 최저가격권을 형성한 후 펀드세력의 약세장 베팅이 끝나가면서 가격의 상승동력이 제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4월에는 2차 수확기를 맞이한 서아프리카 지역의 코코아 생산량과 품질이 크게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감에 상승세가 이어지며 투기세력의 매수 포지션도 증가하며 가격의 상승장세가 연출되었다.
5월에는 공급 측면의 이슈에도 불구하고 수요 약세 우려감에 투기세력의 포지션 청산을 배경으로 일시적 조정세를 나타내었으나 이후 서아프리카에서 수확된 코코아 pod 크기가 수출 규격에 맞지 않을 정도로 품질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며 상승세로 전환되었다.
6월에 투기세력의 차익실현으로 일시적 급락세를 연출하던 코코아 가격은 7월부터 주요 생산지역인 아이보리 코스트 동부 및 가나에 건조기후 예보가 내려지면서 수확지연 우려감이 생성되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특히 아이보리 코스트 동부 지역의 코코아 나무는 현재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좋은 품질의 코코아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되면서 작물 특성에 따른 생산량 감소 우려감이 심화되는 양상이었다.
그림 3. 전세계 6개월간 이상 강수량
지난 6개월 동안의 서아프리카 지역의 이상 강수량을 살펴보면 70~200mm 정도 강수량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 코코아 작황을 위한 수분량이 부족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서아프리카 지역의 건조한 날씨는 공급 측면에서의 항시적인 불안 요소를 제공한 것을 추론할 수 있다.
한편 지난 7월 18일에는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지역인 아이보리 코스트가 공식적으로 13/14시즌 코코아 생산량이 전시즌 대비 10만 톤 감소한 140만 톤이 될 것이라고 발표하며 생산량 감소에 대한 우려감이 제기되며 공급 측면에서의 문제가 가격을 지지하였다.
또한 9월 5일에는 당초 12/13시즌 전세계 코코아 공급부족량은 5만 톤 정도일 것으로 추정되었으나 현재는 10~15만 톤 정도가 공급부족인 것으로 추정되며 12/13시즌 공급부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확대되었다. KnowledgeCharts는 9월 30일에 끝나는 12/13시즌 코코아 공급부족량이 20만 9천 톤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며 ICCO가 전망한 5만 2천 톤 대비 4배 이상 공급이 부족한 것으로 당초 예상보다 공급부족량이 심화되었다. 또한 KnowledgeCharts는 13/14시즌 공급부족량은 18만 8천 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공급부족량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림 4. 코코아 생산 및 소비, 공급부족량 추이
Macquarie 역시 13/14시즌 아이보리 코스트 생산량이 전시즌 145만 5천 톤으로부터 감소한 142만 톤이 될 것으로 추산하였으며 Ecobank Transnational는 13/14시즌 가나 생산량이 전시즌 90만 톤에서 80만 톤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며 13/14시즌에도 공급부족량이 이어질 것으로 추측되면서 공급 측면에서 가격의 상승모멘텀은 꾸준하게 형성되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3. 수요 측면
그림 5. 북미 분기별 코코아 소비량
수요 측면에서는 분기별로 발표되는 북미, 유럽, 아시아의 그라인딩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수요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어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북미부터 살펴보면 NCA(National Confectioners Association)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분기 코코아 그라인딩 물량은 12만 6,044톤으로 2012년 2분기 11만 2,768톤 대비 1만 3,276톤(11.77%) 증가하였으며 10월 17일에 발표된 3분기 북미 코코아 그라인딩 물량은 13만 1,974톤으로 2012년 3분기 12만 1,916 톤 대비 1만 58톤(8.25%)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위와 같이 그라인딩 물량이 증가한 것은 수출물량 증가로 인한 초콜릿 제조업체들의 재고 재비축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림 6. 아시아 분기별 코코아 소비량
아시아 코코아 그라인딩 물량 역시 2012년 2분기 및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기록하며 아시아 지역의 코코아 소비량 역시 견고한 양상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분기 코코아 그라인딩 물량은 15만 3,792톤으로 전년 동기 15만 726톤 대비 3,066톤(2.03%) 증가하였으며 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만 7,438톤(12.14%) 증가한 16만 1,097 톤으로 성장세가 눈에 띄는 모습이었다.
한편 유럽연합의 2분기(12만 6,044톤) 및 3분기(13만 1,974톤) 코코아 그라인딩 물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를 나타내며 각 대륙별 코코아 수요는 안정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 7. 유럽 분기별 코코아 소비량
4. 정책 측면
12/13시즌은 코트디부아르 및 가나의 코코아 정책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시즌이다.
코트디부아르는 12/13시즌 CCC(the Counseil du Café-Cacao, cocoa and coffee regualtor)를 통하여 기존 시즌에 사용되던 참고가격 대신에 코코아의 최소 기준가격(reference price)을 도입한 정책을 시행하였다. 이러한 정책을 시행한 주요 목적은 지역 구매업자들이 농장에서 코코아를 구매할 경우 통상적으로 참고가격을 무시하던 관행으로부터 농가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시즌 동안에 형성되는 국제 코코아 가격의 최소 60~70%를 재배업자들이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참조가격을 725프랑(CFAfr)/kg으로 설정하였다. 새로운 가격 시스템은 성공적으로 정착하여 가격을 낮추려는 많은 트레이더들은 기소를 당하였다. 또한 이러한 가격보장 시스템으로 더 나은 가격을 받기 위해 이웃 국가인 가나로 밀수출하는 상당 양의 코코아가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지난 10월 4일에는 참조 가격이 3.4% 인상된 750프랑/kg으로 설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변화가 코코아 산업계에 모두 환영을 받은 것은 아니다. CCC는 11월을 기한으로 국내 코코아 가공업에 대한 투자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2000년에 도입된 국내 가공업자들을 위한 수출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결정하였다. 현재는 12월까지 수출 보조금이 연장되었으나 가공업자들은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수출 관세율이 25%까지 상승하여 이익마진 감소로 피해를 본다는 입장이다. 특히, 가공업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이 감소할 경우 코코아 원두수출보다 고부가 상품인 코코아 가공제품 수출 물량이 줄어들 것에 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위와 같은 코코아 가격지지 정책과 가공업자들에 지급되는 보조금 철폐 정책으로 인해 많은 가공업자들은 처리규모 설비를 증설하기 위해 주저하고 있는 실정으로, 세계 최대의 가공업 규모를 자랑하는 유럽과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 철폐로 인해 코트디부아르 가공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새로운 가공업체의 중심 허브로 떠오르면서 유럽과 기존 서아프리카 지역과의 경쟁도 한층 심화되는 모습이다. 가공업체들의 이익 마진이 보장되지 않는 한 코트디부아르에 가공설비를 갖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체적인 코코아 산업에 불황의 그늘이 드리워질 수도 있다.
한편 13/14시즌 공급량 감소 우려감은 지적한 바와 같이 건조한 기후, 코코아 나무의 노쇄화 등의 이유도 있으나 코트디부아르 정부가 시행한 추방정책에 의한 요인도 크게 작용한다. 코트디부아르 정부는 보호 산림 지역에 위치한 코코아 플랜테이션 농장에 있는 불법 이주 농부들 약 2만 5,000명을 추방하였으며 이로 인해 약 7만 톤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인접 국가인 가나의 Cocobod(Ghana Cocoa Board) 역시 농약 및 비료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 앞으로의 전망
서두에서 지적한 일반론과 같이 코코아 가격은 수확시즌과 휴지기 등에 따라 일시적 변동세를 나타낸다. 그러나 코코아 생산량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서아프리카 국가들이 정책변화로 인해 당분간 공급 부족 상황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유럽 경제가 그 동안의 침체기를 탈피하면서 서서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 미국 역시 완만한 경기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고 기타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에 따른 기호식품 소비가 증가하는 점 등을 고려한다며 가격의 일시적 조정은 나타나나 추세적인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ICCO 역시 지난 10월 7일(월요일), 아시아 소비 증가 및 공급 문제로 인해 앞으로 4년간 공급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기본적으로 구조적 펀더멘털 변화에 따라 앞으로도 코코아 가격의 상승 추이는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작성: 코리아PDS EPA팀 문창훈 연구원(kenxic@koreapd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